코카콜라같은 정당

브랜드와 고객 충성도에 대해 공부를 하다보면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미국에서 수행된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심이 가장 높은 품목은 바로 청량음료다. 이름하여 코카콜라의 아성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 되었다는 것이다. 시대가 발전하여 코카콜라의 맛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제 아무리 유사한 맛을 만들어 낸다한 들 고객들의 선택은 항상 코카콜라로 귀결된다. 과연 팩스 아메리카나의 상징답게도 말이다.

코카콜라만 같아라. 유구한 역사를 통틀어 브랜드의 강자가 되고 싶은 비즈니스맨들의 공통된 심경일 것이다. 하지만 물이 고이면 썩기에 항상 흘러야 하듯이 새로운 트렌드가 올드 트렌드를 대체하는 현상을 목도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경쟁이 발생하는 것이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신뢰를 구축한 회사가 브랜드의 강자로 우뚝서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운동경기나 전투를 치를 때는 항상 상대방의 약점을 노려야 하지만 비즈니스 마케팅의 세계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비즈니스 트렌드 전문가인 브릿 비머(Britt Beemer)는 ‘약탈적 마케팅(predatory marketing)’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면서 상대 회사의 강점을 노려서 공격하는 마케팅을 통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상대 선수의 다친 부위를 노려 잽을 먹이는 권투 경기라든가 취약한 수비수를 뚫고 돌진하는 축구 경기와 다르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상대회사가 가진 강점을 공략하여 허물어 뜨린다는 개념이다.

맥도날드를 비난하는 버거킹의 광고, 토요타를 비웃는 쉐비 자동차 광고 등 사실상 경쟁회사를 정당하게 비난할 수 있는 네거티브 광고가 허용된 미국 사회에서는 약탈적 마케팅이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마켓에 진입하고 브랜딩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기법이라던가 앞서 얘기한 운동경기 처럼 상대회사의 취약점을 노리고 진출하는 기업이 분명 있겠지만,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리는 치킨게임이라면 당연히 상대의 복부를 노리는 정공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되니, 문제는 공격을 하려면 이기는 공격을 해야 한다는 것. 골목상권을 장악하던 커피샵이 스타벅스라는 거대한 체인에 맞서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지역의 소규모 커피샵이 스타벅스의 획일적이지만 효율성있게 공장화된 체인점의 운영방식을 공략하고자 할 때 소비자들의 기대와 신뢰에 기반한 스타벅스에 대한 충성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약탈’해 올 수 있을까. 그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지역 커피샵의 색깔이자 정체성이요, 달리 말하자면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보다 효율성이 배가된 공장화된 운영방식을 구현할 지라도 그것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색깔의 커피샵 브랜딩. 아마도 스타벅스에 대항하여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블루 보틀과 같은 사례에서 배워볼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와 같은 비즈니스의 경쟁에서 중요한 사실은 누가 승자이고 패자이냐를 떠나서 소비자들은 더 나은 서비스와 더 나은 상품의 기회를 맛본다는 사실이다. 이름하여 이들간의 경쟁은 가치의 선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브랜드와 약탈적 마케팅을 논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목도되는 데자뷰 현상에 즈음한 것이다. 권력의 실세가 특기자 선발을 통한 입시제도를 악용하여 특혜를 누리던 비리에 온 사회가 들썩이던 때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았는데 어찌도 이리 똑같은 현상을 왜 우리는 또 한 번 경험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도 이번에는 다른 정당의 집권세력을 통하여서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나라의 정당사를 고찰해 보면, 역사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대변하는 양당제에 뿌리를 둔 미국과 영국의 경우와 달리 자고 일어나면 이합집산이 벌어지고 있고 정당 이름 조차도 전통이 없이 마구 바뀌고는 한다. 물론 양당제 국가들도 부동층이라는 것이 있고, 제3의 세력에 대한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양상이 한국의 정당들과는 대비가 된다. 코카콜라와 같은 전통적인 브랜드가 있는 것처럼 정당 역시 유권자들의 충성도를 사로 잡는 전통과 신뢰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한국사회에서 정당들 간의 경쟁은 앞서 언급한 가치의 선순환이 아니라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했다. 그러니 우리는 자고 일어나면 똑같은 현상을 매번 반복해서 접할 수 밖에 없고 이전투구식 싸움에 길들여져야 하는 것이다.

코카콜라와 같은 신의 경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정말로 국민들의 충성도 높은 지지를 원한다면 진심어린 브랜딩 전략을 구축하기 바란다. 치킨게임에서 진심어린 브랜딩 전략은 상대에 대한 약탈적 마케팅에 기반할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건 정당의 정체성에 기반한 신뢰가 키워드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진정한 가치의 선순환을 정치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오늘부터라도 분발해 주었으면 하는 진실된 바람이다.

2019.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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