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생태계 속에서 어떻게 파이를 키우는가

지금은 잠시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지만 이용자들끼리 유료질문을 던져 답을 하면 현금이 은행에 이체되는 시스템을 구현한 ‘블루카펫’이라는 앱을 수년전 개발했었다. 실험적인 의도로 시장에 내놓았었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는 않았기에 수익이 얼마되지 않은 것은 당연했지만 그 작은 수익 조차도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플랫폼 회사에 나누어 주어야 했었다. 내가 돈을 벌면 나의 앱이 운영되는 플랫폼 회사도 함께 돈을 번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빅 파이브–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접하고서는 다시 한번 내가 IT 사업을 하고자 하는 동기와 목적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비판의 주 내용은 스타트업들이 성공하는데 빅 파이브가 장애가 된다는 주장이다. 이미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IT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기술적인 대적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함께 내가 했던 경험, 즉, 스타트업이 수익을 내면 낼수록 IT 공룡들 역시 돈을 버는 생태계를 지적하는 내용이다. 이미 빅 파이브는 거대 클라우드 서버와 광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기에 스타트업들이 도저히 피할래야 피할 수 없이 그들과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지금 ‘올리’라고 이름붙인 공간기반 소셜네트워크를 구현하기 위해 한창 노력중이다. 어느 정도 판을 키울 수 있을지는 개발을 해서 시장에 내놓아 보아야 명확히 알겠지만 IT 공룡들의 먹이가 되는 생태계를 맞닥뜨리니 내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회사가 독자적으로 서버, 플랫폼, 광고 등을 다 구비하여 독립적인 완결체가 되는 방향으로 미래를 그리는 것이 옳은가 하는 근본적 물음. 영리기업이라면 당연히 생각해보아야 할 물음. 이 물음 앞에서 본능적으로는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도 휴머니스틱 IT를 회사의 CI로 내놓은 내가 지나친 탐욕을 추구하는 것 같은, 약간은 어설픈 자존심 때문이다. 제 아무리 영리기업이라 한 들 그래도 공존의 생태계 모델을 창조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책무감이 또한 내 마음 속에 또아리를 튼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세계는 냉혹하다는 현실을 또한 명확히 자각하고 있기에 나의 어설픈 자존심과 책무감에만 안도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것도 잘 안다.

어쨋든 나의 제품이 시장에 나오게 되면 어느 시점에서는 나도 IT 공룡들과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공존의 생태계 속에서 어떻게 파이를 키우느냐에 대해서 심도있게 연구를 해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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