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소셜콘텐츠는 바보상자를 극복하는 길

나는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보면 기분이 묘하다. 마리텔의 특징 중 하나는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보낸 메시지가 방송 전파를 탄다는 사실이다. SNS를 통해 시청자들이 방송제작에 참여하는 혁신적인 포맷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기분이 묘한 이유는 바야흐로 5년 전인 2010년도에 내가 언론계와 학계에 발표한 소셜콘텐츠론이 현실화 된데 대해 기뻐해야 할지 애석해 해야 할지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인간은 누구나 최초가 되고 싶어한다. SNS를 이용한 시청자들의 방송제작 참여를 주창한 소셜콘텐츠론은 내가 당시 방송의 날을 기념하여 KBS가 개최한 심포지움에서 최초로 발표한 이론이다. 실상 그전까지는 소셜미디어라는 개념만 존재했을 뿐 소셜콘텐츠라는 개념 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던 때이다. 당시 나의 생각은 전문가들이 방송콘텐츠를 제작하여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 일방향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SNS를 이용하여 시청자들이 함께 제작하는 참여적 모델의 콘텐츠 생산방식에 방점을 두었다. SNS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서 생산한 콘텐츠이니 이름을 소셜콘텐츠라고 붙이기로 하였다. KBS 심포지움에서 첫 번째 연사로 등장한 나는 이러한 SNS를 이용한 참여적 방송콘텐츠 생산 방식을 한국의 공영방송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하였다.

문제는 그 후에 있었다.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논문을 KBS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와 단행본에 싣고자 지원했으나 나의 논문을 선정했었던 바로 그 KBS가 거부를 하는 황당한 경우를 경험했다.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나의 이론이 기술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한낮 공상에 불과했던가 하는 생각에 낯이 뜨거워질 따름이었다. 그래도 나의 연구는 계속되었고 같은 해 10월 한국방송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도 역시 소셜콘텐츠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소셜콘텐츠와 한국 공영방송의 글로벌 경쟁력: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융합>라는 제목의 논문이었다. 그리고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언론학 분야 학술지에 게재를 하는 것으로 나의 소셜콘텐츠론을 마무리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나서 5년이 흐른 지금 나는 나의 이론이 방송사들 여기 저기서 실현되는 양상을 목격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한 심정이 사실이다. 절찬리에 대중적 인기를 끌 수 있는 포맷의 제작방식이라면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웃어야 하겠지만 최초로 아이디어를 고안해 낸 나를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척 실망스럽긴 하다. 게다가 출간과 관련한 당시 KBS의 부당한 평가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기쁜 일인지 슬픈 일인지는 몰라도 현재 방송사에서 SNS를 활용하는 방식은 나의 아이디어를 정확히 구현한 사례는 아니라고 본다. 그건 아마도 내가 왜 소셜콘텐츠를 만들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게다. 나는 지금도 소셜콘텐츠가 바보상자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라고 믿지만 지금의 방송콘텐츠는 시청자들이 SNS를 이용할 뿐이지 여전히 그들을 바보로 만드는 상자일 뿐이라는 안타까움이 든다. 아니, 한 개의 역할이 더 추가된 것 같기는 하다. 들러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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