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휴머니즘이 결합된 IT를 제안하며

나는 2013년 한국언론학회 봄철정기학술대회에 논문을 발표하려고 제안서를 제출했다가 거절을 당했다. <SNS의 패러독스: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바라 본 자아커뮤니케이션과 사회적 관계>라고 제목 붙여진 논문이다. SNS의 본질을 관계의 형성과 확장에 두고 있었던 기존의 시각에 대해 나는 정체성을 표현하고 자아를 실현하려는 자아커뮤니케이션적 동기와 욕구가 강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관계의 양적 확장 보다는 질적 발전이 이 같은 자아실현 욕구 동기에 더 호응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사회과학적 고찰이 아닌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연구해 보려고 하였다.

SNS의 패러독스: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자아커뮤니케이션과 사회적 관계

사회적 관계망 형성의 잉큐베이터라고 일컬어지는 SNS에 대해 기존 사회과학자들은 그 본질을 관계의 확장과 형성에 두고 있었다. Small World Network, Six Degrees of Separation 등 소셜네트워크 기반의 이론들이 주목받은 이유는 SNS가 이처럼 개인의 사회적 관계의 형성과 확장을 가속화시켰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까지 확장되어 가는 SNS를 이용자들이 어떠한 동기와 욕구에서 이용하는지를 세밀히 분석해 볼 때 오히려 관계의 확장 보다는 정체성을 표현하고 자아를 실현하려는 자아커뮤니케이션적 동기와 욕구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SNS를 통한 자아 실현의 욕구에 대한 고찰은 기존의 행동주의(behaviorism)적 이론에 기반을 둔 사회과학적 접근방식보다는 긍정적 자아를 표출하는 욕구발전의 단계를 이론화한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수행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매슬로우(Maslow)와 로저스(Rogers)등이 주창한 인본주의 심리학(humanistic psychology)적 관점에서 어떻게 자아커뮤니케이션의 욕구가 사회적 관계의 형성으로 확장되는지 고찰해 보고자 한다. 개인의 자아가 가진 가능성에 주목하고 사회적 집합체의 발전과 진화를 자아 실현 욕구의 결정체로 보는 인본주의 심리학은 그 명칭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역사발전 단계의 르네상스기에서 엿볼 수 있었던 인문학적인 접근방식이다. 여기서 주목하는 자아는 고립된 좁은 의미의 자아가 아니라 외부세계를 투사하는 메커니즘의 렌즈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즉, 건강한 자아가 형성될수록 건강한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관계의 질적 발전이 성립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또 한 가지 사회과학자들이 미처 주목하지 못한 SNS의 패러독스는 관계의 질적 발전이 관계의 양적 확장보다는 자아실현 욕구 동기에 더 호응한다는 사실이다. 이 논문에서는 이처럼 SNS의 패러독스와 관련된 두 가지의 연구문제를 던진다. 첫째, SNS의 이용자들이 자아실현에 기반을 둔 자아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욕구가 사회적 관계 형성에 대한 욕구를 압도하는가. 둘째, 관계의 양적 확장에 비해 관계의 질적 발전을 이룰 경우 지각되는 욕구 충족의 수준이 더 높은가. 이 두 가지 연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존의 행동주의 이론에 입각한 사회과학적 방법론 보다는 인본주의 심리학에서 접근하는 방법론을 활용하여 SNS의 패러독스에 대한 심층적인 해부를 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는 개별 이용자들의 이용 충족도가 훨씬 신장된 SNS 플랫폼과 콘텐츠를 구축하는데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기대된다.

(작성일: 2013년 4월 9일 화요일 오전 10:04:13 )

지원 논문이 모자라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왜 탈락을 했는지 의문이었지만 나는 발표의 기회를 잃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의 휴머니즘, 즉 인문주의와 IT에 관한 관심은 지속되었고, 당시 한창 IT 업계에서 키워드로 등장한 사물인터넷이란 명칭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신문에 내었다.

경향신문 기고/ 2014. 9. 14

사물인터넷의 개명을 요구하며

모든 사물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인간의 조작 없이 정보를 주고받게끔 하는 시스템을 사물인터넷 또는 만물인터넷이라 일컫는다고 한다. 처음에 사물인터넷의 정의를 접했을 때는 솔직히 말해 무슨 뜻인지 의미가 잘 와 닿지 않았다. 도대체 전자동화(automation)라는 의미 이상의 것이 사물인터넷에 있는가라는 의문과 함께 언어의 유희라는 나름의 섣부른 판정까지 내리기도 했다.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다. 사물들이 인터넷을 하면 앞으로 인터넷을 사물들에 판매한다는 것인가. 즉 시장의 주체가 인간이 아닌 사물들이란 것인가. 공학적 마인드가 부족해서인가도 생각해 보았지만 나름 인간과 과학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 지 어언 20년에 접어든 중견학자가 이해를 못하는 것이라면 그 명칭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아니면 인터넷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 코드가 달라서일까.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뒤진 사물인터넷 정의 글귀를 한 단어 한 단어 곱씹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물인터넷의 실체는 없다는 것이다. 테크놀로지 진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제아무리 발전된 기술이라 할지라도 선형적 발전을 거쳐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테크놀로지의 원형을 추적해 들어가면 현 단계의 발명품은 반드시 그 전조 내지 모태를 품고 발전되어 왔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그렇고, 세탁기가 그렇고, 냉장고가 그렇다. 모터와 프레온가스라는 촉매제가 있어서 발명이 가능해졌을지라도 필자가 보기에 이들 발명품은 그다지 혁명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만큼은 달랐다. 소통의 관점에서 보자면 혹자는 구텐베르크에 의해 이룩된 인쇄술이 종이 매체를 낳았고, 그것이 점차 전자화된 것이 인터넷이라고 ‘격하’시킬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이 인간 사회에 던진 충격적 여파는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하기에 그러한 주장은 곧 설득력을 잃는다.

인터넷이 혁명적인 이유를 좀 다른 각도에서 보고자 한다. 인터넷이 앞서 말한 자동차·세탁기·냉장고와 다른 이유는, 전자가 소프트웨어 기반이고 후자가 하드웨어의 대명사들이라는 구분을 떠나서라도, 전형적인 인간 주도형의 테크놀로지라는 점이다. 물론 요즈음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적 기술 없이는 작동이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 주도형의 과학적 산물은 아니라는 데서 인터넷과 운명을 달리한다. 아마도 수년 내에 우리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자동차가 대중화되리라 전망한다. 이같이 전자동화된 자동차가 사물인터넷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우선 앞서기도 하는 이유이다.

앞서 말한 인간 주도형의 테크놀로지를 달리 표현하면 소비자 주도형의 테크놀로지다. 인터넷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하는 이유를 필자는 바로 이 점에서 찾는다. 인터넷의 주도권은 언제나 소비자에게 있었다. 소비자가 이용하고, 소통하고, 창조하는 무한공간이 바로 인터넷인 것이다. 인터넷이 무궁무진한 편리와 찰나의 속도를 가능하게 한 점에서는 다른 하드웨어적 기술과 다름이 없지만 인터넷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소비자였던 것이다. 사물이 이러한 인터넷의 주체가 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아마도 쉽사리 이해를 못했던 이유는 소비자들이 소외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지 싶다.

센서가 부착되어 사물들 간에 정보가 교환된다는 것을 두고 사물인터넷으로 포장하는 것은 마케팅의 일환일 뿐 테크놀로지의 진정성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위해 테크놀로지를 발전시키고 있는지의 철학적 고민이 필요하다. 무조건 앞선 편리와 속도를 위해 기술을 발전시키기보다는, 그간 호응을 받았던 테크놀로지는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인간을 위한 기술’로 존재해왔다는 철학을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각인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창조하는 공간인 인터넷을 자동화 시스템을 포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휴머니즘이 결합된 IT라는 철학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 오류이지 싶다.

나는 인간중심적 사회를 디자인 하기 위한 휴머니스틱 IT를 실현하고자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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