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라는 코미디를 관람하며

인간이 못하는 것을 하는 인공지능과 인간을 그대로 닮으려하는 인공지능 중 어느 것이 더 인간중심적인가. 왜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을 만드려 하는가. 인간을 창조하겠다는 신의 경지에 대한 도전인가. 이미 임신과 출산을 통해 자식이라는 존재는 창조하지 않는가. 그래도 이제까지의 과학자들은 인간을 모델로 하였지만 인간이 못하는 것을 수행하는 존재를 만들어 왔던거 같다. 세탁기가 빨래라는 인간의 행위를 대체했다 하지만 그건 인간보다 몇백배 강한 기계였다. 자동차가 달리기라는 인간의 행위를 대체했다 하지만 그건 인간보다 몇백배 빠른 기계였다. 컴퓨터가 연산이라는 인간의 행위를 인터넷이 네트워크라는 인간의 행위를 대체했다 했지만 그건 빛의 속도로 연산과 네트워킹을 수행하는 기계들이었다. 그리고 이제 인공지능. 정말 인간을 닮고 싶은 인공지능을 만든다는 것은 그래서 AI라 이름붙일 수 있으려면 실수하는 AI, 자책하는 AI, 도전하는 AI를 만드는 거다. 기계가 구현하기 어려운 인간의 영역은 감성과 창의력 뿐 아니라 나아가 인격아닌가. 삶이 실패로 점철된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지만 그래도 소박한 기쁨과 내일을 꿈꾸는 용기를 지닌 인격체 말이다. 이세돌이 싸운건 결국 기계인 것을. 허사비스와 구글은 지금 한 편의 코미디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보라. 세탁기와 인간이 겨루는 시합, 자동차와 인간이 겨루는 시합을. 난 딥마인드가 제대로 된 기계를 만들었다면 이세돌에게 5:0으로 이겼어야 한다고 본다. 오늘 알파고의 패배는 기계의 치명적 오류라 생각한다. 그런 시합을 온 지구가 떠들썩하며 지켜보고 주가가 요동치고 하는 이 코미디에 누가 찬물 좀 확 끼얹었음 좋겠다.

허사비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인간을 넘어서고 싶었는지 아님 인간을 닮고 싶었는지. 전자라면 그의 완벽한 패배이고 후자라면 애초에 시합을 안했어야 했겠지.

2016. 3. 13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