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페이스

요즘 미국은 대통령 선거 캠페인이 한창이다. 조금만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알겠지만 미국 선거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공개적인 후보지지와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이미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지지자임을 대내외에 공개했다.

우리 사정에 익숙한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이 공개적인 선거운동을 해도 되나 하고 의문을 갖겠지만 여기서 나는 미국 사회의 민주성을 다시 한 번 읽는다. 상상해보자. 한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하면 그 수하의 모든 공직자들과 관계된 사람들이 아마도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복지부동과 ‘윗분’에게 잘보이기가 생활화된 사회에서 그 ‘윗분’의 의견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가 어떠한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고 믿기 때문일게다.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 후보를 열정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윗분 눈치보기에 전전하는 전체주의적인 정치와 행정을 하지않는다는 자신감의 표현에 다름아니다. 1인 1표의 민주주의 투표 시스템하에서는 대통령도 누구나와 똑같이 1/N의 파워만을 발휘하기에 민주주의이라는 시스템이 잘 정착된 사회에서는 오히려 현직 대통령의 선거운동이 그 사회의 밝은 면을 보여준다.

이는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신념의 문제이기도 하다. 권위에 눌려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신념말이다. 내가 제시한 글리넷의 비전인 휴머니스틱 네트워크를 한국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그저 뚱한 반응을 보일 뿐이다. 미국에서는 조금 다르다. 내 사업의 디테일과 수익의 전망도 물론 꼼꼼히 따지지만 난 만리타국 미국에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인간중심 IT 비전을 내세운데 대해 칭찬과 공감을 전달 받았다. 신념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몰인간적 로봇중심 사회가 도래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해 앞서 휴머니스틱 IT를 실현하려는 비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내 사업을 일구는데 있어서도 난 신념의 덕을 톡톡히 본다. 이곳 시애틀에 아는 이 한명 없는 나의 열악한 인맥도 신념 앞에서는 맥을 못추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나의 발명에 관한 특허 심사 제출을 담당한 유명변호사를 나는 우연히 만났다. 글리넷이 위치한 공용오피스에 그 로펌의 일부가 입주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냅다 달려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몇번을 찾아가 보았지만 여전히 불꺼진 사무공간만 덩그라니 있을 뿐이었다. 해서 나는 포스트잇을 문앞에 남겼다. 특허 변호사를 찾고 있으니 연락을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나의 연락처와 함께 남겼다.

그 며칠 뒤 나는 변호사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지금 너무나도 유익한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인맥없이는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국과는 다른 상황인데 이 역시 신념을 논하지 않고는 설명이 안된다. 그 변호사는 세계 최고 대학의 로스쿨을 나왔고 미국 전역에 엄청난 규모의 인력을 갖춘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다. 문앞에 남겨진 포스트잇에는 아마도 나의 절박함이 전달되었을 것이다. 대단한 인맥을 갖춘 사람이라면 아마도 누군가의 소개를 받고 연락을 했겠지만 그렇지않은 내 사정을 뻔히 눈치채게 만드는 포스트잇을 버리지않고 직접 연락을 주는 태도에는 그의 신념이 확연히 묻어난다. 어느 클라이언트 한명도 소홀히 하지 않고 법의 정신을 투명하게 실천하려는 신념말이다.

난 소위 한국에서 잘 나간다는 사람들 중 신념이 돋보이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신념이 올곧은 사람들은 항상 핍박받는 위치, 외면당하는 위치에 있는 것을 목격해 왔다. 조금 뛰어나다 싶은 사람은 반드시 끌어내리지 못해 안달하는 교수사회는 물론이고 문과 출신이 무슨 특허냐며 조롱하는 변리사들, 남이 애써 만들어놓은 기획안 도용, 범법행위하는 유명 포탈기업 임원 출신 투자전문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인의 잠재력을 애써 꺽으려하는 기간통신사, 무수한 시도에도 연구지원금은 커녕 아이디어 뺏어서 국정운영 기조에 반영하는 정부가 내가 경험한 한국 사회다.

새로 임명된 유엔의 수장이 평생을 난민운동에 헌신한 사람이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보면 국제사회도 신념이 가진 파워와 미덕을 무시하지는 않는 것이 분명하다. Back to the faith. 다시 한번 자기 마음을 되돌아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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